제        목 [공동주최] 건설안전 세미나 및 토론회 후기
작  성  일 202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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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미나 개최 배경과 개요

최근 건설 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안전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사망 사고 감소가 정체되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이에 한국건설안전학회, 한국건설관리학회, 건설산업비전포럼은 건설 현장의 안전 패러다임을 사고 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지난 2026년 4월 29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BK홀에서 세미나 및 토론회를 공동 개최하였습니다.

본 세미나는 처벌 위주의 경직된 제도 운영에서 벗어나, 적정 공기·공사비 확보와 스마트 안전 기술의 실효적 도입 등 건설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기술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한국건설안전학회 박문서 회장은 '스쿨존'의 사례를 들어, 사고 여부와 무관하게 규정 준수 자체를 문화로 정착시키는 실효적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안전을 비용이 아닌 예방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한국건설관리학회 조훈희 회장은 이솝 우화의 '햇볕과 바람' 비유를 통해, 매서운 처벌(바람)보다는 안전을 최고 가치로 내재화할 수 있는 지원 환경(햇볕) 조성이 본질적인 변화를 이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건설산업비전포럼 이현수 공동대표는 영국의 사례를 인용하며 발주자의 책임 강화와 설계 이전 단계부터의 사전 평가 수행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1) 발제주제 및 발표자
[발제1] 건설안전 근원 해소: 건설안전특별법을 통한 공기・공사비 확보 방안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센터장)
[발제2] 건설안전제도 비교 분석을 통한 규제 내실화 및 사고 저감 방안 도출 (이용수 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
[발제3] 스마트 건설안전 정책의 현장 적용성과 실효성 분석 (이슬비 인천대학교 교수)

2) 종합토론
[진행]
유정호 한국건설안전학회 수석부회장
[패널]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명예회장, 유종호 고용노동부 서기관,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 박동주 과장,
           김영진 LH 도심복합사업단 처장,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유재근 한동건설 대표, 김규회 현대건설 책임매니저,
           이득영 가람건축 대표, 김동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박정태 건원엔지니어링 상무, 최영호 리스크제로 대표


2. 주요 발제 및 토론 내용

첫 번째 발제에서,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센터장은 부적정한 공기와 공사비가 '파괴적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건설사의 74%가 공사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투입 인력 축소와 안전 소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안으로 건설안전특별법을 통한 '제3자 검증 체계' 도입과 발주자의 자의적 삭감 방지를 제안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에서, 이용수 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은 인적 안전과 기술 안전의 명확한 구분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붕괴와 같은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홀드 포인트(Hold Point, 필수 확인점)' 제도를 활성화하여 기술적 검증 없이는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실무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세 번째 발제에서, 이슬비 인천대학교 교수는 스마트 안전 장비의 '도입'을 넘어 '현장 작동성'에 주목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배터리 충전의 번거로움과 장비 무게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 등 사용성 문제가 존재하며, 발주자와 시공사 간의 예산 편성 혼선(산업안전보건관리비 vs 건진법 안전관리비)이 발생하고 있음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후 평가 체계와 데이터 연계 플랫폼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발제 이후 유정호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 토론에서는 산·학·연·정의 전문가 10인이 참여하여 현재 건설 안전 제도가 마주한 한계와 실질적인 개선 방향에 대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토론의 중심축은 단순히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제도가 생명력을 가지고 작동하게 할 것인가라는 실효성 문제에 집중되었습니다.

특히 패널들은 발주자의 역할이 안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고리라는 점에 깊이 공감하며, 그동안 시공사에게만 지워졌던 안전 책임을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결정하는 발주자에게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적정성'이라는 개념이 법적 모호성을 탈피하여 실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정착되어야 하며, 발주자가 설계 전 단계부터 안전 평가를 수행하고 이를 비용에 투명하게 반영하는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스마트 건설 안전 기술에 대해서는 장비의 보급이라는 외형적 성장에 비해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냉무한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작업자가 느끼는 물리적 불편함과 유지관리의 번거로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 체계의 혼선이 기술 안착의 걸림돌로 지목되었습니다. 따라서 향후의 스마트 안전 정책은 단순한 기기 도입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현장에서 실제 안전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기술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실효성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습니다.

또한 현장 관계자들은 안전 관리자들이 과도한 서류 업무에 매몰되어 정작 현장의 위험 요소를 살필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강력히 성토하였습니다. 이는 규제 중심의 행정이 낳은 비효율의 단면으로, 중복된 안전 관리 계획을 간소화하고 현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정 체계가 혁신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특히 역량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에 대해서는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기술적 홀드 포인트를 지정하여 공학적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적인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토론은 처벌과 공포에 기반한 안전 관리가 현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며, 인적 과실을 탓하기에 앞서 기술적 결함과 구조적 압박을 제거하는 '예방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건설 참여자 전원이 안전을 단순한 비용이나 규제가 아닌 상생을 위한 필수 가치로 인식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건설 현장에 진정한 의미의 안전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공감대 속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3. 맺음말
이번 “건설안전, 예방의 문화로” 세미나 및 토론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우리 건설 산업이 당면한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처벌이라는 사후적 대응을 넘어 ‘예방’이라는 본질적 가치로 회귀하기 위한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었습니다. 170분 넘게 이어진 열띤 논의를 통해 확인한 분명한 사실은, 건설 현장의 안전은 결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발주자의 전폭적인 지지와 적정 공기 보장, 설계자의 사전 예방 노력, 그리고 시공자의 철저한 기술 안전 관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사고 없는 현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강조된 ‘스쿨존’의 비유나 ‘햇볕 정책’의 철학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닌, 현장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싶게 만드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시사해 주었습니다. 스마트 안전 기술 역시 단순한 도구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실효적 시스템으로 안착되어야 하며, 현장 관계자들이 서류 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실질적인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내실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안전은 비용이나 규제가 아닌, 우리 건설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자 마땅히 지켜야 할 존엄한 가치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도출된 산·학·연·정 전문가들의 통찰력 있는 제언들이 일회성 논의에 그치지 않고, 정부 정책과 현장 가이드라인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 ‘예방 중심의 안전 문화’가 대한민국 건설 현장의 견고한 뿌리로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작성자]
* 전정호 부산대학교 교수, 한국건설안전학회 기획운영위원장